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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5 초보택시기사의 얼굴 - 초보택시기사의 하소연 2
초보택시기사의 얼굴 - 초보택시기사의 하소연  Starter taxi driver's face - Starter taxi drivers complain of

부산의 대리운전기사분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목적지는
바로 영도입니다.
태종대 바위의 절경을 맨 마지막으로 해안가에 접한 영도...

새벽 3시쯤에,
영도의 맨 꼭대기 쯤으로 생각되는 곳에 고객의 차를 주차해 드리고
종종걸음으로 길을 찾아서 아랫길로 내려오는데,
길을 잘못들었는지 자꾸 엉뚱한 곳으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아직 남포동이나 중앙동에서 콜이 몇 개는 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조금한 마음에 택시를 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좁은 길의 윗쪽에서 택시 한 대가 천천히 내려옵니다.
잘됐다 싶어서, 손을 들고 택시를 기다렸습니다.
영도의 이런 외지고 어두운 골목스런 인적없는 길에서 택시를 보면 나도 반갑고,
택시도 나를 반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택시는 내가 손을 들고 어서 오라고 신호를 보내도.....천천히...아니 비실비실 옵니다.
그리고
나를 지나쳐버립니다.
" 어라?..뭐야?.."

나는 비실비실 내 옆을 지나쳐 버리는 택시의 뒷트렁크 윗부분을 손바닥으로 파팍...두들겼습니다.
택시는 섰습니다.
그리고 뒷좌석에 올라타서,
" 남포동으로 가 주십시요. " 했습니다.

무 대 답....

뭐...이런...하는 생각으로 운전기사님을 쳐다보니....
머리카락에 흙이 묻어있고.....어깨에도 흙이 묻어 있습니다.
' 어라...술 먹고 뒹군 사람 행색이네...'

나이는 50 세 정도...앉은 키로 봐서 165정도의 키....
까무잡잡하기 시작하는 마른 얼굴.....이미 풀려버린 눈.....그러나 풀린 눈이라기보다....울기직전이거나
매우 놀라서 겁먹은 눈이었습니다.

뭔가 분위기가 그렇고 그래서 잠자코 있었습니다.
택시나 대리운전기사나 - 영도에 들어오면 무조건 영도다리 건너 남포동으로 가는 것이 기본 상식이었기에
그냥 내비두어도 영도다리는 건너갈 것이란 생각에서였습니다.

차는 아주 비정상적으로 기어서 큰 길쪽으로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갑자기 택시기사님이 말을 합니다.

" 아니...소변 좀 보는데, 한 놈이 뒷통수를 치더니 흙밭에 굴려서 발로 밟아 뿌네요.."
" 지 집에 지 땅위에 소변 본다꼬, 그 어두운 곳에서 따구리 당하고.....에이..씨.."

차가 갑자기 쿨렁 거립니다.
악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반대로 밟아서 차가 급흔들합니다.

" 아이...발에 힘도 없꼬마.....가슴이 아직도 비참하구만요..."
" 내가 잘못은 했지만서도.....그리 사람을 땅빠닥에 굴리뿌노..."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는 모습이 안스럽습니다.
두손으로 핸들을 잡고 핸들쪽으로 머리를 올려놓다싶이 운전을 하니...
택시기사님의 흙묻은 머리와 어깨의 흙이 더 잘 보입니다.
가느다란 어깨선과 등쪽의 허전한 마른 살집...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애환의 그림자가 그 택시기사님의 뒷모습에 새겨졌습니다.

                      http://cafe.naver.com/udhistory.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7
                       영도다리 야경


남포동에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려 몇 걸음 쯤 걷다가 뒤를 바라보니
담뱃불 입에 물고 길가 허름한 곳에 앉아 물끄러미 오가는 차를 바라보는 그 택시기사님이 보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특징은
남에게 억울한 대접을 받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해도..
약아빠진 고소고발은 할 생각도 못하고......그 저 자기탓과 그날에 운을 탓할 뿐입니다.

50 대의 가느다랗고 힘없는 머리카락이 새벽 바람에 흔들립니다.
오랫동안 ...비상등을 켠 택시는 길가에서 움직일 줄을 몰랐고,
택시기사님은 여러번 담배를 이어 붙일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