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청소년의 가출 - 불량청소년의 가방에 들어 있었던 밥과 김치
Posted 2011. 11. 19. 12:09불량청소년의 가출 - 불량청소년의 가방에 들어 있었던 밥과 김치
몇년전...저녁식사 중에 갑자기 집주인 할아버지가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나가 봤더니 원룸방중 비어 있는 방 화장실 불이 켜져 있댄다사람이 그안에 있다는 건데..누군지 암두 모르는 상황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분이서 무서우셨나 보다일단은 경찰에 신고하고 혹시 몰라 온갖 무기가 될만한걸 찾아서 하나씩 집어 들었다신랑은 쇠파이프 하나 들고 창문쪽으로 갔구 문앞에는 할아버지가 빗자루 하나 들고나도 무언가 하고 싶어 감당도 안되는 나무 큰거 하나 들고 조심스레 문을 열려는 순간....아마 방안에서 밖에서 하는 얘기를 듣고 겁이 난 아이가 도망가려고 나왔나 보다
어머나..덩치가 한 초등4학년 정도 되 보이는 아주 작은 체구의 아이였다교복을 입었는데 마르고 정말로 약해 보이는 아이였다, 교복을 입은걸 보니 중학생일텐데우리를 보고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이럴줄 알았으면 글케 험악하게 공포 분위기 조성하며 험악한 무기 들고 있지는 않았을텐데그때 마침 경찰이 왔다경찰 아저씨는 그아이를 보더니 이름도 부르면서 한대 쥐어 박는다
이근처에서 유명한 아이란다.빈 원룸방 찾아 돌아 다니고, 엄마는 집나가고 아버지는 아마 아동학대하는 부모인 모양이었다경찰 아저씨가 너 여기서 뭐했어 하면서 그 아이의 가방을 뒤져보는데...아~~휴... 비닐 봉투에 밥그릇에 먹다만 밥하고 김치가 있네도시락 하나 쌀 그릇도 없어서 봉투에 밥그릇이 가방에 있는걸 보고 너무 맘이 아팠다요새 아이들 부모들이 얼마나 애지중지 하면서 키우는데, 학원이다 뭐다 먹을것 입을것얼마나 풍족한 세상인데 이 아이에게는 아마 먼 나라 얘기인 모양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경찰 안부르는 건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그래도 신고는 했으니 경찰이 데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아이가 가고 집안에 들어와서 우리 식탁을 보니 제육볶음에 찌개에 반찬까지 진수성찬이다우리도 그냥 김치 하나만 놓고 먹는 상황이라면은 이케 맘이 아프지는 않았을 거다그원룸에서 찬밥에 김치 하나 놓고 외롭게 먹었을 그아이 그 아이 의 밥상에 비해 너무나도 호화로운 우리밥상그아이의 가방속에 있던 김치와 밥이 참 맘에 걸려서 밥이 차마 넘어가지 않았다그런 아이 인줄 알았다면 고기 반찬에 맛있는거 먹여서 보내는 건데...
맘에 걸린 우리는 대충 식사하고 분식집에 가서 김밥을 몇줄사서 경찰서에 가보기로 했다힘든 아이에게 심하게 한거 아닌가 한 죄책감이랄까, 맘에 짐을 덜고 싶은 이기심 이었던것 같다근데 가보니 우리가 너무 늦었나 보다...벌써 아버지가 데려 갔댄다그리곤 그아이 나쁜 아이는 아니라고 변명해준다. 아마 무언가 없어져서 항의하거나 처벌을 요구하려 온줄 아는 모양이다굳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이왕 사가지고 온 김밥은 고생하시는 경찰 아저씨들 드시라고 드렸다
그 아이에게 무언가 하고 싶었지만 능력도 안되면서 주제 넘게 나설수도 없고, 그냥 뒤돌아 설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이 참 초라하고 한심하게 느껴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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